청춘 짓밟힌 형제복지원 피해자…"35년 지나도 못 잊어"
더팩트 2022.12.07 00:00:04
조회 25 댓글 0 신고

피해자·유족 등 75명 국가·부산시 상대 손배소
민변 "국가폭력 피해자…존엄 회복하길"


2020년 5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가운데 본회의를 지켜보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관계자들이 부둥켜안고 있다. /남윤호 기자
2020년 5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가운데 본회의를 지켜보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관계자들이 부둥켜안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한 가정의 장남으로서 너무 미안하고 고개도 못 들겠고…."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 임영택 씨는 14년 만에 가족을 만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감금된 것도 아닌데 사는 내내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는 "아버지가 나를 찾는다고 집에 있는 전 재산을 탕진했다. 가족을 만났을 땐 기뻤지만 한편으론 어렵게 사는 걸 보니 다 내 책임 같았다"고 전했다.

임 씨는 11살 때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갔다. 부산에 이사 간 날 길을 잃고 헤맸던 게 화근이었다. 경찰은 집을 찾아달라며 파출소 문턱을 들어선 임 씨를 형제복지원으로 안내했다. 임 씨는 '부랑인' 신분이 돼 각종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6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만난 임 씨는 "35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며 "(형제복지원에서 나온 뒤에도) 배운 것도, 지식도 없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의 사회복지법인인 형제복지원이 군사독재 시절 이른바 '부랑인 선도'를 목적으로 사람들을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1987년 검찰 수사를 통해 일부 실태가 드러났으나 이후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다가 서서히 잊혀졌다. 인권침해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서 복지원 피해자들은 고통을 자기 잘못으로 알고 자책하며 살아왔다.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했다.

지난 8월 24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에 처음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정근식 진화위 위원장은 "진실규명 결과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국가는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을 묵살했고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화위의 이같은 결정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데 역할을 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이날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위 결정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범죄의 피해자인 게 명확해졌다"며 피해 생존자 71명과 고인이 된 피해자 정모 씨의 유족 4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법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일 변호사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배상소송 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소현 인턴기자
이정일 변호사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배상소송 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소현 인턴기자

민변 회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 때문인 것을 폭로하고자 한다"며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임 씨도 이날 기자회견석에 앉았다. 그는 "우리가 무슨 죄를 지어 교육의 권리도 갖지 못하고 지금까지 고통당하고 있나 싶다"며 "이제는 국가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줘야 대한민국이 인권 국가로서 정당성이 생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까지 형제복지원 관련 국가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3건이 진행됐다. 그러나 아직 피해자들이 배상받은 소송은 없다. 첫 번째 소송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생존 피해자 13명에게 국가가 25억원을 배상하라며 강제조정을 결정했으나 법무부가 이의를 신청해 결렬됐다. 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수용과정뿐만 아니라 사후 진실 은폐와 책임회피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sohyun@tf.co.kr



[인기기사]

· 노소영, 1조 아닌 665억만 인정..."SK에 실질 기여 안해" (종합)

· "중동, 기회의 땅" 이재용, 취임 첫 행보 'UAE 바라카 원전' 현장 찾아

· 尹,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에 "국민 피해 최소화 만전 기하라"

· 대통령실, '월드컵 선수단'과 이르면 8일 오찬 희망…"근사한 4년 뒤 꿈꾼다"

· 한동훈, '청담동 의혹 제기' 김의겸·더탐사에 10억 손배소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필독] 게시판 이용규칙(2020.02.07 수정)  (6)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7)
[강일홍의 클로즈업] 사기극으로 끝난 '심은하 복귀설'의 단상  file new 더팩트 3 00:00:04
[화제작-정이(상)] '한국 SF 장르 영화'의 유의미한 족적  file new 더팩트 3 00:00:04
2085년 노인 10명 중 3명 '빈곤'…"노후정책 개선해야"  file new 더팩트 10 23.02.05
청보호 실종자 수색 '총력'…"6명 해상, 3명 선내 추정"  file new 더팩트 8 23.02.05
서울시 "지하철 무임수송은 국가사무…손실 보전해야"  file new 더팩트 6 23.02.05
"분향소 6일 13시까지 철거 안 하면 행정대집행"…서울시 계고서 전..  file new 더팩트 8 23.02.05
공정위 "화물연대는 사업자단체"…고발결정서에 명시  file new 더팩트 7 23.02.05
"서울 안심소득, 전화로 신청하세요"  file new 더팩트 12 23.02.05
신규확진 1만4018명…일요일 기준 31주 만에 최저  file new 더팩트 8 23.02.05
전남 신안 해상서 어선 전복…3명 구조·9명 수색 중  file new 더팩트 68 23.02.05
'감성의 가창력 통했나'…임영웅 '아버지' MV 63번째 1000만뷰 기록  file new 더팩트 56 23.02.05
'다음 소희',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용기 있는 외침[TF리뷰]  file new 더팩트 16 23.02.05
'물랑루즈!', 눈·귀 매료시키는 초호화 쇼 뮤지컬 [TF리뷰]  file new 더팩트 11 23.02.05
'강제북송' 文 증거 없었다…정의용 수사로 마무리될 듯  file 더팩트 10 23.02.05
지하철 시위 일단 멈췄지만…서울시-전장연 불씨 여전  file 더팩트 12 23.02.05
[폴리스스토리] '경제간첩' 잡는 저승사자…산업기술 유출 꼼짝마  file 더팩트 10 23.02.05
[TF인터뷰] 박소담,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된 '쉼과 비움'  file 더팩트 16 23.02.05
'이태원 참사' 유족, 서울광장에 추모 분향소 기습 설치  file 더팩트 15 23.02.04
"군인은 무료" 강원도 한식당서 일어난 '훈훈한 사연'  file 더팩트 46 23.02.04
유재석, '두 달 연속'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 1위  file 더팩트 19 23.02.04
글쓰기